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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일지/Founder's Write

#3 스타트업에 시동을 걸다 1편

by 위대한디자인 GRTST 2020. 5. 21.

사실 '내 일'을 하겠다는 마음은 계속 갖고 있었기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퇴사는 입사 때부터 계획하던 것이었고 막연히 구상하고 있던 사업 아이템은 단순했다.

 

'인테리어 사업'

 

인테리어 사업을 하려고 마음먹은 이유부터 되짚어보자.

뻔한 스토리텔링일지도 모르지만, 시작한 계기는 가족의 가업이었다.

 

좀 멀게 간다고 느껴지지만, 할아버지 때로 돌아간다.

할아버지께서는 6.25 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오신 후 서울에 터를 잡으신 후도배와 지물포 상회를 여셨다. 

당시 60~80년대에 큰 트럭들이 오고 가며 지역에서 꽤 유명한 지물포 상회였다고 하니 지금으로 치면 큰 인테리어 업체라고 봐도 되겠다.

그러다 아버지는 바닥재 총판 사업을 꽤 크게 하시다가 경제 불황으로 문을 닫고, 인테리어 업에 종사하시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서 2014년부터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하신 지 7년 차가 되었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문돌이에 대학 생활을 아주 후회없이 즐긴터라 대학 졸업 시즌이 되고 나의 취업은 막막했다.

당연히 취업 준비는 제대로 되어있을 리 없었고, 가진 것은 학생회장 타이틀과 수 많은 대외활동 경험뿐이었다.

(대외활동이 재미있어서 창업동아리 운영 경험, 기업 마케팅 대회 본선 진출, 학교 기자단 활동 등등 바쁘게 여러가지 일을 했었다.)

 

그렇게 막연히 걱정을 하던 중 때마침 아버지가 지역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오픈하신다고 연락이 왔다. 

취업 막막한 아들, 혼자 하기에 조~금 벅찬 인테리어 사업. 바로 달려갔다.

 

그렇게 나는 대학 졸업을 2개월 앞둔 2014년 12월부터 인테리어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것이 나의 인테리어 인생 첫 번째 발돋움이었다.

심리학과 출신 26살짜리가 인테리어에 대해 뭘 알겠나. 

 

열심히 현장에서 빗자루질하고, 공사 폐기물 트럭에 실어 나르며 몸으로 때웠다.

(정말 하루 종일 1t 트럭에 폐기물을 꽉 채우는 일을 수도 없이 했다.)

그땐 아버지도 사업 초창기로 일을 가리지 않고 다 하셨고, 웬만한 작업은 직접 하셨다. 

그래서 현장에 있으며 인테리어 공정 중 기본적인 것은 직접 할 수 있게 됐으며, 공정 흐름을 대강 눈에 익혔다.

 

그리고 같이 일하기로 한 첫날부터 가게 홍보를 위해 블로그 작업을 열심히 했다.

첫날 우리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지역 인테리어 업체를 쫙 검색해보고 정리했다. 

우리가 일을 많이 수주하려면 지역 업체들보다 인터넷 홍보를 1등으로 했어야 했다. 

그래서 더 큰 시장인 옆 광역시 (우리는 신도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업체를 벤치마킹했다.

인터넷으로 블로그를 구축하고 각종 소스들 갖고 와서 배너를 만들고, 생전 처음 포토샵도 만지면서 배경을 꾸미고,

메뉴 직접 만들며, 심지어 글 포스팅하는 구성까지 따라했다.

초기 블로그 디자인, 지금 보면 너무 부끄럽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업체가 할 수 있는 것은 

독자적인 시스템과 콘텐츠가 구성되기 전 벤치마킹이라고 포장하는 모방 속 창조뿐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첫 공사가 기억난다. 공사금액도 적은 공사에 공사 범위도 작아서 이렇다 할 홍보 콘텐츠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 작은 프로젝트도 너무 소중했다.

 

휴대폰 카메라로 현장 하나하나를 최대한 있어 보이게 담았고, 프로젝트의 허접함(?)을 숨기기 위해

현장 외에 외부 배경을 넣고, 사진에 텍스트를 넣으면서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포토샵으로도 부족했는지 라이트룸이라는 프로그램도 급하게 배워서 콘텐츠를 올렸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완벽함보다는 사업의 진행과 성장이 더 중요했다.

두번째 버전, 그나마 조금 낫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났을까. 몸으로 때우는 것은 한계가 느껴졌다.

아버지는 '인테리어 디자인'보다는 '시공'에 전문성을 가지셨고, 우리에게 설계 프로그램(캐드, 스케치업)은

당시에 너무 먼 이야기고 소위 '잘 나가는 업체'들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왕 이 업계에 발을 들인 거, 직접 내가 배우기로 했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스텝이었다.

 

우리나라는 국비지원사업이 아주  잘 되어있다. 그래서 별의별 학원들도 굉장히 많다.

물론 인테리어 학원도 있다. 아주 크게.

그래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강남으로 6개월 동안 학원을 다니며 캐드와 스케치업, 3D MAX 

인테리어 기본 프로그램을 정말 열심히 배우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다. 

여기서 나는 이 계통에 소질이 있고 흥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3년 뒤, 나는 이 학원에서 내가 배운 프로그램을 강의하는 프리랜서 강사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인테리어 디자인에 '첫 발'을 들이고 나서 초보자가 아주 겁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원래 아버지 인테리어 회사는 90% 이상이 주거공간 공사 위주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상업공간은 디자인이 필수인데, 디자인을 못하는 데 어떻게 공사를 하겠는가?

 

그런데! 이제 프로그램을 배웠다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보겠다고 나대게 된다.

바로 상업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블로그에 떡-하니 포스팅을 올린 것이다.

당시에 올렸던 근자감 넘치는 포스팅

올리고 나서 1개월 동안은 아무 반응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그 포스팅이 아직도 있는데, 가서 보면 용기가 가득하고 열정이 넘치는 게 느껴진다.

그 열정이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하겠다고 올려둔 예시 이미지가 너무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와중에, 나와 같이 용기가 가득하고 열정이 넘치는 미용실을 첫 오픈하고자 하는 분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하게 된다.

그분도 그 당시에는 돈은 없지만, 도전정신과 열정이 가득한 분이었고 각종 우여곡절 끝에 진짜로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

진짜 한다고?

나는 물론이고, 그때 당시 아버지도 상업공간 경험은 많지 않으셨다.

그러다보니 경험부족으로 공사 진행이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역시 몸으로 부딪힌 거라 그런지 기억에 제일 많이 남고 많이 배웠다.

 

당시에 신기한 것은 회사 생활을 해본 것도 아니고,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필요할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 제안서를 보여주고 PT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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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안서, 나름 필요한 것은 다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진행했던 모든 진행과정이 업계의 공사 진행 프로세스였다.

이 때 느낀 점

"직관의 힘을 믿자. 급하면 다 하게 된다."

인테리어 디자인 중, 우리도 이제 '설계'를 함으로써 동네 인테리어 업자에서 업체로 거듭난 것이다.

그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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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첫 현장의 공사사진, 첫 프로젝트 치고 완성도 있는 현장이었다.

첫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니

놀랍게도 상업공간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졌다.

이래서 첫 단추가 중요한가 보다.

 

(참고로 위의 미용실의 열정 넘치지만 힘들었던 원장님은 현재 카카오헤어 경기도 1등 미용실을 달성하고,

돈 많이 벌어서 옆 가게까지 확장해서 우리가 또 인테리어 해주고, 차도 좋은 차 끌고 다니신다. 

그리고 '무한 커트 이용권'을 주셨다. 좋은 분. 역시 성공하는 사람들은 용기와 열정이 넘치고 그릇이 크다.) 

 

도전과 성취에

맛을 본 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러 가다.

 

 

다음편에 계속

https://tgpd.tistory.com/5

 

#3 예비창업자일지_스타트업에 시동을 걸다 2편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 1편(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와 도전)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s://tgpd.tistory.com/4 #3 예비창업자일지_스타트업에 시동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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